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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투병기 (스압)

2009. 8. 15. 00:26 | Posted by 슈삐.
보리를 데리고 온 날 차 안에서 설사를 해서 병원에 갔었던 이야기는 지난 번 포스팅 말미에 적었었다. 이틀 뒤에 보리 앞발 쪽도 피부병이 생긴 것 같아서 다시 병원을 찾았다. 턱 밑에만 조그맣게 있던 피부병이 오른쪽 앞다리에 커다랗게 번진 것 같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턱은 계속 소독을 했는데 이틀만에 이렇게도 번진 걸 보면, 원래 그 쪽 다리에 증상이 있었는데, 첫 날에는 제대로 발견을 못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피부병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변 검사를 한 번 더 해보자고 하셔서 했는데, 기생충의 상황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고 하신다. 첫 날 검사에서는 원충이 활동성이 거의 없었는데, 두번째 검사에서는 기생충이 뽈뽈거리며 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지알디아 키트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와 트리코모나스로 진단이 내려졌다. 상당히 치료기간이 길고, 재발율도 높고... 무엇보다 전염성이 매우 강한 원충이라고 한다. 몸 밖으로 나와도 살아 남아서 동물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까지 감염시키는 무서운 놈이라고....;;;;; 

첫날 병원에 다녀와서 일단 방묘문으로 격리를 시켰었는데, 격자가 너무 성기게 되어 있어서 보리가 쉽게 탈출할 수 있는 데에다가 치로가 계속 방묘문 근처에서 보리와 싸우고 있었기 때문에 완전한 격리가 되지 못했었다. 아이들이나 사람들은 냥이를 만지거나 물건을 만지면 계속 데톨로 손을 씻었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 편이 었지만, 통제불능의 아깽이 치로가 덜컥 걱정이 되었다. (신중, 까칠, 소심한 라라는 늘 아깽이와 안전거리 유지 중...)

방묘문 만으로는 안심이 안되어서 아예 방문을 닫아서 격리를 했고, 그 날 저녁에 수소문 끝에 중고로 리첼 2단 철장을 구입할 수 있었다. 수원에 계시는 분이 고맙게도 늦은 시간에 서울에 가져다 주시기 까지...ㅠㅠ 

그리하여 방묘문 + 철장으로 2중 격리 조치 완료.  아래는 철장을 조립하고, 기타 물품을 집어 넣고, 점프력이 너무나 약한 (체력이 완전히 바닥이어서 거의 점프 못함..ㅠㅠ) 보리를 위해 계단까지 설치. 보통 한달 반만 넘어도 야트막한 의자나 좌탁정도 높이는 뛰는데, 두 달도 넘은 이 녀석은 전혀...ㅠㅠ 얼마나 갇혀 살았으면 저런가 싶다. ㅠㅠ

△ 숨은 냥이 찾기~ 

1층에는 물과 화장실. 바구니를 기대어 놓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원래는 모래화장실을 해 놓았는데, 도대체 왜 그런지 보리가 자꾸 모래를 먹어서 펠렛 화장실로 바꾸어 놓았다. 기생충이 있으면 모래가 땡기는 것인가??? 
2층에는 수건을 깔아서 쉴 수 있게 하고, 인형을 끈으로 매달아서 가지고 놀 수 있게 간이 놀이터.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택배 상자를 이용해서 허접하게 만들어 보았다. 보통의 두 달짜리라면 충분히 뛰어 오를 수 있는 높인데..ㅠㅠ 
3층에는 밥그릇~ 밥을 먹으려면 3층까지 올라오는 수고를 하도록 만들어서 좁은 철장에서 운동량을 그나마 확보하려는 의도인데... 사실... 뭐... 그 딴게 별 운동이 되는 것 같진 않다. ㅠㅠ

△ 화장실을 놀이터로 여기는 보리. 모래 화장실의 모래는 처묵처묵하더니만, 펠렛화장실의 펠렛 조각은 입에 넣었다가 뱉었다가, 공처럼 가지고 놀다가 한다. 얘는 화장실을 대하는 태도가 좀 독특한 듯..;;;;

△ 철장에 갇힌 불쌍한 아가, 보리 1

△ 철장에 갇힌 불쌍한 아가, 보리 2

△ 1층 계단 참에서 쉬고 있는 보리. 저 바구니 계단의 꼭대가기 퍽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거게 앉아서 졸기도 한다. 

△ 매달아 준 장난감을 노려 보고 있다. 

△ 공격 개시! 불쌍한 붕어 인형..;

△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려 2층 계단을 씹어 먹는 보리



△ 2층 침실에서 휴식~

피부병 부위는 수시로 소독을 하고, 아침 저녁으로 쓴 약을 주사기로 먹인다. 처음에는 약 먹이고 다 침으로 뱉더니 그래도 조금 나아져서 침도 덜 뱉는 것 같긴 하다. 아까는 약 먹일때 혀인지 입 안인지를 물었던 모양이다. 분홍색 침을 뱉었다. ㅠㅠ 피부병은 소독 범위가 넓어 졌는데, 아직은 별로 나아진 것 같진 않다.

전염을 막으려고 nq라는 소독제를 거의 한 통 다 썼다. 여기 저기 뿌려대고 방바닥 다 닦고... 그나마 첫 날부터 어느 정도 격리를 했기에 다행이긴 한데....;; 그래도 참 어떻게 아이들을 관리했기에 피부병에 기생충까지 생기게 되었는지... 내일은 병원에 가서 귀도 좀 봐 달라고 해야겠다. 귀가 자꾸 더러워져서 닦아 주긴 했는데 워낙 상황이 상황인지라 귀진드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보리 엄마묘가 아기들을 한달 반 이상 품고 먹이고 닦이면서 키웠기 때문에 그래도 농장에서 경매를 통해 펫샵으로 오거나, 비행기타고 펫샵으로 온 아이들보다는 건강상태가 더 좋을 줄 알았는데, 더 좋지 않은 것 같다. 엄마와 같이 있긴 했지만, 샵에서 지냈던 기간이 너무 길었던 것 같다 (지난 두 달이 보리의 평생이니까..ㅡㅡ;;) 지금 생각해 보면, 샵에 와서 며칠 만에 분양되어 나가는 아이들 보다, 거기서 눈도 못 뜬 꼬물이 시절부터 보내야 했던 보리의 상태가 안 좋은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보리에 비하면.... 감기기운만 달고 온 치로는 정말 건강한 것이었고, 라라는 귀진드기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보리보다는 훨씬 건강한 것이었다. 보리 뿐만 아니라 보리 형제들이 모두 저렇게 마르고 다른 아이들보다 작은 걸 보면, 엄마묘와 떨어진 이후에 감염된 것이 아니라 엄마묘가 이미 감염되어 있던 상태가 아니었을까 의심이 될 지경이다. 면역력이 지극히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피부병은 아주 쉽게 감염될 수 있었을 테고...ㅠㅠ

어쨌거나... 다음 주에는 좀 나아지고 전염력도 감소해서 다른 아이들과 합사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다. 그래도 이쁘게 열심히 놀고, 울고, 자는 보리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기생충을 다른 아이들에게 옮길까봐 보리를 많이 못 안아 주는 것이 미안할 뿐.... 이 녀석도 거의 치로만큼이나 사람을 좋아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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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있는 아이들도 불쌍한데.... 펫샵에서 분양을 기다리는 아이들도 정말 불쌍하다. 대부분의 펫샵 아이들이 병원치료도 못 받고 (비용이 많이 드니까) 그냥 아픈 상태로, 또 사료도 아주 조금씩만 먹다가 분양이 된다. 분양이 잘 되면 그나마 고양이에겐 다행이다. 분양 안된 아이들이 어디까지 가게 될지 상상만 해도 슬프다. 더구나 이번엔 관리 부주의로 샵에서 사고를 당해 평생 다리를 못 쓰게 된 아이까지 본 터라 정말 가슴이 아프다. 

네바 마스커레이드를 꼭 구하고 싶었기 때문에... 국내에서 여기 저기 쑤셔 보고, 러시아의 시베리안 캐터리들에까지 문의해본 후에 만난 아이들... 치로와 보리. 결국은 원하지 않았지만 둘 다 펫샵에서 구하게 되었는데, 보리의 상태를 보니 '혹시나"가 '역시나'가 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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